(장문주의 : 오늘 일기 내용은 아주 깁니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을 위해 결론만 먼저 말씀드릴게요.
오늘 저는 대표님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들이 직원을 채용할 때나 거래처를 선정할 때
우리가 흔히 하는 의사결정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다.
선택에는 기준이 필요한데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기준이 필요 없다. 기준을 누군가 제시해주니까.
반면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는 대표님들의 기준은 남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무게감을 견뎌내시는 대표님들을 존경합니다.
저는 오늘 외주를 맡길 디자이너를 섭외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 세운 기준이 진행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점을 나눠보려 합니다.
대표님의 마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있을까?
오늘 아침 죠셉이 제게 준 미션,
어제 확정된 청년들 영업자료 디자인을 맡길 디자이너를 섭외하라!
출근하고 죠셉에게 여쭤봤습니다.
“디자이너를 몇 분 골라서 말씀드릴까요?”
“너가 해”
“제가 선택하라구요?”
점심 시간 쯤 다시 여쭤봤습니다.
“몇 군데 골라서 상담 받아보려고 합니다. 이것도 제가 할까요?”
“너 입 있지? 말할 수 있지?”(약간의 각색이 들어갔습니다)
“아… 입 있죠… 말할 수 있죠…”
“그럼 너가 해”
이 때부터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산을 여쭤봐도 알아서 하라고,
뭘 물어봐도 알아서 하라고.
‘내가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난 들어온 지 한 달 조금 넘은 신입 사원인데?’
하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오늘 안으로 섭외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일단 잠깐 생각 해봤습니다.
‘음… 어떤 조건으로 외주 업체를 선정하는지부터 알아볼까?’
‘그래. 일단 세무법인 영업자료를 만든 경험이 있는 업체를 알아보자.’
‘그래도 싼 가격으로 가성비를 생각하는 게 좋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위의 조건으로 고르지 않았습니다)
상담 받아볼 업체를 고르는데 위의 조건에 맞는 업체는 계속 늘어만 가고
점점 제가 할 일이 늘어나는 게 눈에 보이는 겁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습니다.
시간은 벌써 오후 3시를 넘어갑니다.
이대로는 안 되니 결단을 내렸습니다.
일단 메시지부터 보내자.
“이런 걸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가능하신가요?”
답장이 하나 둘 오네요.
“죄송합니다. 해당 조건은 불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 금액에 가능하십니다.”
“요청한 건의 경우 이 정도 기한이 소요됩니다.”
“(포트폴리오를 보내주며) 우리는 이런 업체입니다. 업체 선정에 참고하세요.”
정말 다양한 답장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답변 매너가 다른 업체보다 좋은 몇몇 업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답변 매너가 좋은 업체 중 가능한 업체만 남기고 모두 걸렀습니다.
가능한 업체들을 자세히 조사합니다.
고객 후기는 어떤지, 포트폴리오는 어떤지, 가격은 얼만지,
처음 세웠던 기준들을 적용해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벌써 8월 중순을 지나갑니다.
영업활동을 최대한 빨리 나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한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드는 업체가 기한을 15일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최소한 5일 안에는 1차 시안을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했습니다.
정중하게 다시 여쭤봤어요.
“혹시 5일은 안 될까요? 바쁘시면 어쩔 수 없지만, 후기가 좋으셔서 가능하면 함께 하고 싶습니다”
답장이 조금 늦더니 확정된 내용을 자료로 받아볼 수 있는지 요청하네요.
고민하다가 PDF로 회사 자료를 넘겼습니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디자이너가 제안을 합니다.
“자료가 잘 준비되어 있어 5일 내로 작업 가능할 것 같습니다. 대신 현재의 콘텐츠 구성이 변동되지 않는 걸 전제로 하겠습니다.”
그 중 놀랐던 부분은
“홈페이지의 블루톤을 포인트로 청년들이 가지는 느낌을 나타내려 합니다”
다른 곳들과는 달리 바로 청년들 홈페이지를 확인한 느낌입니다.
이 때 마음이 많이 기울었습니다.
이후 몇 가지 내용을 확정 짓고 죠셉에게 보고 후 계약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늘은 대표님 간접 체험을 한 느낌이었습니다.
예산도 내가 정하고,
기준도 내가 정하고,
결과도 내가 책임지고.
처음 중요하게 생각한 기준이
1.
가성비가 좋고
2.
이용 고객이 많고
3.
세무 관련 포트폴리오가 있고
실제로 진행해보니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
소통력이 좋고
2.
충성 고객이 많고
3.
청년들에 관심 있고
제가 만약 죠셉에게 선택의 기준을 하나하나 지시 받고 업체를 선정했다면
이렇게 기준을 스스로 설정하고 바뀌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요?
제가 만약 이 일을 맡기 부담스러워서 포기하거나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넘겼더라면
아마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기회를 준 죠셉에게 감사하고
또 조언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네요.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