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제부터 열심히 거래처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보고 있어요.
신용카드 내역은 부가세 신고를 위해 필요한 자료 중 하나랍니다.
신용카드로 구매한 물건 중 사업과 관련하여 구매한 물건의 경우 공제를 받을 수 있어요.
(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어떤 것들이 사업과 관련된 것일까? 어떤 것들이 매입 공제를 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세무대리인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입니다.
상호명, 금액, 사업자등록번호, 거래일 정도?
명세서가 아니다보니 세부 내역은 확인할 수 없어요.
이게 실제로 어떤 걸, 어떤 목적으로 구매한 건지는
고객님에게 여쭤봐야 확실해진답니다.
저도 신입이다보니 쉽지 않더라구요.
확실히 ‘이건 사업 목적이다’ 예상 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애매한 게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면
지금까지 했던 것들이 모두 의심되기 시작하고
앞으로 나올 것들까지 의심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역시 쉽지 않습니다. 갈 길이 멀었어요.
숫자 너머에 보이는 것들
‘고객님의 숫자 속에는 생각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구나.’
그럼에도 오늘 제가 신용카드 내역을 보며 느낀 게 있습니다.
세무대리인은 숫자를 통해 고객님의 이야기가 들려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숫자에 숨겨진 고객님의 상황, 배경, 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어느새 저도 모르게 고객님을 상상하고 있더라구요.
‘주로 주말에 재고를 준비하시는구나.’
‘이 정도 주기마다 비품을 교체하시는구나.’
‘이 날은 과일을 준비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시네, 영업 중이신가?’
수임 동의 후 세무대리인에게 고객님의 여러 정보들이 주어진다는 건
그만큼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요구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일하면 고객님이 감동하실까 고민 중이었는데
고객님의 숫자를 잘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어요.
축적의 시간을 거쳐 고객님과 마음껏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