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04.01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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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오헤어 직영점이 102곳으로 늘어났다. 100곳이 넘는 직영점을 가지고 있는 헤어뷰티숍은 준오헤어가 유일하다. 직원만 2500명, 매출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준오헤어의 성공은 강윤선 대표의 ‘교육경영’ 덕분이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준오헤어와 사순 아카데미 스쿨과의 협약으로 강윤선 대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헤어뷰티숍 대표로 확실히 인정받았다.
서울 지하철 청담역 9번 출구로 나오면 길가에 한창 건설 중인 건물을 하나 볼 수 있다. 건물 외벽에는 ‘JA빌딩’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8층 규모의 이 건물 건축비는 땅값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250억원 정도. 서울 청담동이라는 노른자위 땅에서 건설 중인 건물이라면 열에 아홉은 오피스텔이나 상가일 것이다. 흔한 말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아카데미, 즉 교육기관으로 지어지고 있다. 청담동 한복판에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건물을 짓고 있는 셈이다.
이 건물 외벽에 표시되어 있는 JA빌딩의 뜻은 ‘넥스트 준오아카데미’(가칭)를 말한다. 헤어뷰티숍인 준오헤어에서 짓고 있는 교육기관이다. “건물 자체를 준오헤어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있다”며 강윤선(54) 대표는 웃었다.
청담동 준오아카데미는 강 대표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교육경영’을 표방했던 자신의 경영 철학을 집대성한 곳이기 때문이다. “준오아카데미에는 실습실, 공연장, 정원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간다. 준오헤어의 역사박물관 같은 기능을 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배우는 이들이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준오헤어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담아낼 것이다. 준오아카데미 벽 하나 하나에는 준오헤어의 스토리가 모두 담겨있을 것이다. 개관하면 한번 와봐라. 놀랄 것이다.”
강 대표가 준오아카데미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3월 30일 준오헤어는 세계적인 미용교육기관 (비달)사순 아카데미 스쿨과 협약을 맺게 된다. 아시아 최초로 사순 아카데미 스쿨커넥션 멤버 스쿨 자격을 얻는 것이다. 이 자격을 따면 사순 아카데미 방식으로 교육을 할 수 있다. 교육생은 준오아카데미 졸업장과 함께 사순아카데미 스쿨커넥션 졸업장을 함께 받을 수 있다. 준오아카데미는 지금까지 직원 교육만 담당했지만, 청담동 준오아카데미가 정식 개관하면 외부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계획이다.
“사순 아카데미 스쿨이 아시아에 스쿨커넥션 멤버를 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적인 헤어 교육기관이 준오헤어를 인정한 것으로 봐도 된다. 이제 준오헤어의 교육 프로그램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게 됐다”고 강 대표는 자랑했다.
지지리도 가난해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사환으로 일했던 소녀가 지금은 한국 뷰티업계의 대표적인 인사가 됐다. 누구라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성공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그는 여전히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끄럽기만 하다. 나의 성공보다는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손사래를 친다.
강 대표는 헤어뷰티숍 경영자로서는 독특하게 ‘직원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내세워 성과를 내고 있다. 그가 직원 교육에 투자하는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준오헤어에서 일하고 싶다면 누구나 서울 학동역 부근에 있는 준오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기간은 2년 6개월. 만만찮다. 미용 기술은 물론, 대기업 리더십과 소비자심리학 등의 과목까지 배운다. 한마디로 준오헤어 직원이 되고 싶으면 주경야독을 할 각오를 해야한다.
이곳에서 6학점을 이수해야만 고객들의 머리를 만지는 커트가 허락된다. 20학점을 마쳐야만 ‘파마’를 할 수 있다. 준오헤어의 정식 헤어디자이너가 되려면 2년 6개월 동안 총 110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직원 1명을 교육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3000만원 정도. “직원 교육에 집중하는 이유가 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강 대표는 “교육이 아니라면 나와 준오헤어, 직원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교육은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교육이 없으면 성장이 멈추게 된다. 사람이라는 씨앗에 투자를 해야 큰 열매가 맺힌다. 경영 이익은 나중 이야기다. 먼저 직원들이 성장하고 행복해야 이익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1982년 서울 돈암동에 준오헤어 1호점을 연 후 30여 년만에 준오헤어는 102곳(3월 현재)으로 늘어났다. 모두 직영점이다. 한국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로, 준오헤어는 직영점만 고집한다. “돈만 있다고 기술없이 헤어숍을 열면 고객들이 금방 안다”면서 직영점을 고집한다.
모든 임직원들은 매달 책 한 권씩 읽어야
강윤선 대표는 “해외 진출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직원들의 능력이 좋아졌다”고 자랑했다. 교육경영에 집중한 결과다.
직영점 원장은 준오헤어에서 10년 이상을 일한 경력이 있는 헤어디자이너가 맡고 있다. 직영점 102곳이 문을 열었다는 것은 준오헤어의 직원 중 리더 102명을 배출했다는 것을 뜻한다. 강 대표는 “원장 중에는 돈암동 준오헤어 2호점을 열면서 함께 일했던 직원도 포함되어 있다. 준오헤어와 함께 성장한 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준오헤어의 직원은 2500명, 이중 헤어디자이너는 벌써 1000명을 넘어섰다. 억대 연봉자만 200명이 넘는다. 한때 억대 연봉자가 300명을 넘어선 적도 있다. “인센티브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억대 연봉자가 많다”면서 “3억원의 연봉을 받은 직원도 있었다. 그 직원은 ‘손맛’이 다르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정말 뛰어났다”고 했다. 강 대표는 억대 연봉자를 매년 300명 이상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10년 이상 베테랑이 많다는 것도 준오헤어의 경쟁력이다.
준오헤어가 유명세를 얻은 또 다른 이유는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독특한 독서교육이다. 준오헤어의 임직원들은 모두 매월 한 권의 책을 읽어야만 한다. 강 대표를 포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의무 사항이다. “초창기에는 책 읽는 게 싫다고 나가는 직원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매달 한 권씩 책읽는 행사를 지속하기 위해서 들이는 공도 상당하다. 책읽기 운동은 5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강 대표와 독서 경영 전담 원장이 필독서를 선정하게 된다. 이후 책을 읽은 원장들이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열리는 ‘경영 리더 워크숍’에 참석해 저자 특강을 듣거나 책 내용을 토론한다. 원장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지점 직원에게 필독서를 알려주고, 간단하게 책의 핵심내용을 설명해준다. 그리고나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전, 각 직영점에 전 직원이 참석해 독서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 결과는 경영 리더 워크숍에서 원장이 발표한다. 직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읽게 만드는 과정은 이렇듯 복잡하면서도 시스템화돼있다. 강 대표는 초창기에는 책 읽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직원들을 위해 “하루에 5장씩 찢어서 읽어라”라고까지 했다.
강 대표는 왜 이렇게 독서에 집중하게 됐을까. 책에 대한 집착은 가난 때문에 생겼다. 강 대표는 지지리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아픈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생활전선에 나서야만 했다. 부모는 어린 딸에게 “공부해라”라는 말 대신 “초등학교 졸업하면 돈을 벌어와라”라고 했다. 가난 때문이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부터 혼자 밥 먹고, 혼자 책을 챙겨서 학교에 다녔다. 성적표를 받아와도 보자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데일 카네기의 『카네기의 인생론』이라는 책을 사게 됐다.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마치 활자중독증에 걸린 것처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쌓았고, 세상을 폭넓게 알게 됐다. 그리고 책이 외로움을 이겨내게 했다”고 말했다.
남편 몰래 집 팔아 떠난 사순 아카데미 연수
어쩌다 미용가위를 손에 들게 됐을까? 강 대표가 헤어디자이너가 된 것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그가 이용하던 한 헤어숍 대표가 짐을 잠깐 맡아달라는 손님의 부탁을 단번에 거절하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된 것. 사회생활을 일찍부터 했던 탓일까. “그 대표의 행동과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라면 다르게 행동했을 것 같았다.” 이 때부터 강 대표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미용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1982년, 서울 돈암동에 준오헤어 1호점 문을 열었다. 당시 나이 21살. “젊은 나이였는데, 손님 관리를 잘했던 것 같다. 손님이 자꾸 늘어나 2호점, 3호점을 열 수 밖에 없었다.”
1993년, 강 대표는 배움에 목말라 있었다. “내가 배운 미용 기술이 많이 부족했다. 뭔가를 더 배워야 한다는 열망이 컸다.” 남편 몰래 45평형 단독주택을 팔았다. 1억5000만원을 손에 쥐고 당시 함께 일했던 직원 16명과 함께 영국에 있는 비달 사순 아카데미로 1개월짜리 연수를 받으러 갔다. 그곳은 정말 신세계였다. 강 대표는 “사순 아카데미를 경험하면서 나의 꿈이 달라졌다”고 했다. 미용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직원들과 함께 꿈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직원들 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돈을 벌기 위해 헤어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택했다. 일에 대한 자부심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을 받으면서 직원들의 생각과 태도가 달라졌다. 스스로 공부를 하는 직원이 늘어났다. 일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하는 직원들도 생겨났다. 박사 학위를 딴 직원도 나왔다. “교육을 통해 직원들이 스스로 성장했고, 행복을 느꼈다. 일에 대한 자부심도 많이 생겼다.” 강 대표의 말이다.
그때부터 준오헤어에 인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강 대표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예전에는 해외로 나간다는 것을 생각하지도 못했다. 언어도 되고, 능력이 되는 인재가 부족했다. 지금은 해외 진출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인재가 많다.”
지난 해 9월 베트남 하노이 롯데월드몰에 준오헤어가 오픈했다. 이후 필리핀, 중국, 두바이 등지에서도 준오헤어점을 오픈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강 대표는 “준오헤어가 20년을 대비하려면 동남아시아로 진출해야 한다”면서 “내가 미용계의 선배로서 해야 할 일은 후배들을 위해 물꼬를 터줘야 하는 것”이라고 해외 진출의 의미를 설명했다.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의 CEO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게 지낸다. 서울 청담동 본사인 Avenue Juno에는 전문경영인도 있지만, 강 대표는 한시도 쉬지 않는다. 본사에 가면 5층에 있는 대표 사무실에 걸어서 올라간다.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앨리베이터는 타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힘들기 때문이란다. 그의 경험을 듣고 싶어하는 곳이 있으면 지방 어느 곳이라도 간다. 서경대학교 대학원 교수도 맡고 있다. 그렇게 그의 하루는 바쁘기만 하다. 하지만 항상 웃는 얼굴이다. “일하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 헤라(Hera)가 로마에서는 주노(Juno)로 표기된다. 준오헤어(Juno Hair)는 미의 여신 이름에서 따왔다. 강 대표는 30여 년 넘게 ‘세상의 아름다움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살았다. 이제 그의 역할은 그 자부심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것이다.